야설 소녀경 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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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장]
오전 11시가 가까워오고 있었다.
객실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은 이미 한낮의 빛을 띠고 있었지만 방 안의 공기는 아직도 아침의 잔열에 젖어 있었다.
침대 위 두 사람은 말없이 안긴 채 잠들어 있었다. 이불은 아예 덮이지 않았고 두 사람의 몸은 서로를 완전히 감싸 안은 채 그대로 고요히 엉켜 있었다.
팔과 다리가 어디서부터 누구의 것인지 구분되지 않았고 등과 허리 어깨와 허벅지가 밀착된 그 자세는 긴 격전 끝에 마침내 멈춘 심장처럼 평온했다.
그들의 얼굴에는 고통도 긴장도 없었다.
아까 전 수없이 흔들렸던 몸들이 이제는 서로에게서 따뜻한 체온을 나누며 한 점의 바람도 없이 가라앉아 있었다.
하지만 그 주변은 조용하지 않았다.
흩어진 이불과 베개. 구겨진 시트. 침대 끝으로 반쯤 떨어진 타월 하나. 마치 작은 폭풍이 지나간 자리를 말없이 증언하고 있었다.
공기에는 아직 미세한 열기와 눅진한 숨결이 떠 있었고 씻기지 않은 몸에서 스치는 체취가 시간이 멈춘 듯한 방 안에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지원의 어깨 위에는 몇 가닥의 젖은 머리카락이 붙어 있었고 승호의 손은 그녀의 허리를 부드럽게 끌어안은 채 멈춰 있었다.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그대로 서로의 품 안에서 느리게 호흡을 나누고 있었다.
모든 것이 끝난 뒤의 침묵.
그것은 피로이면서 안도였고 동시에 지나간 시간들을 말없이 묻어두는 마지막 여운이었다.
그 잔잔한 빛 속에서 승호가 조용히 눈을 떴다.
한순간 그의 시선이 허공에 머물렀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가슴 안쪽 깊은 곳에서 무겁고 낯선 통증이 밀려들었다.
숨을 들이쉬는 것도 조심스러웠다. 심장을 타고 퍼지는 묵직한 압박감에 승호는 이불 아래서 살짝 몸을 웅크렸다.
그는 소리 하나 내지 않았다. 얼굴도 일그러뜨리지 않았지만 그 침묵 속에는 분명히 견디고 있는 고통이 있었다.
이윽고 통증이 서서히 가라앉자 승호는 천장을 바라보며 길게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조용히 눈을 감았다.
"이제 다 온 것이지."
그는 알아차리고 있었다. 육신이 슬며시, 그러나 분명히 퇴장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을.
마치 숨겨놓은 시계가 자신만 들을 수 있는 소리로 마지막 초침을 세고 있는 것처럼.
하지만 마음은 덤덤했다. 실증은 끝났고 지원도 끝까지 잘 따라주었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은 모두 마쳤다.
승호의 입가에 아주 희미한,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미소가 번졌다. 달관한 자만이 지을 수 있는 미소였다.
그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렸다.
지원은 여전히 그의 품 안에 안겨 잠들어 있었다. 이제 막 긴 여정에서 벗어난 사람처럼 숨결 하나까지 편안했다.
승호는 그녀의 어깨까지 살며시 이불을 끌어올려 덮어주었다. 이불 끝자락이 그녀의 가슴를 부드럽게 감쌌고 그는 이불 너머로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손을 들어 지원의 머리카락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그 동작은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았고 이 순간이 혹시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말 없는 인사처럼 느껴졌다.
지원의 눈이 갑자기 번쩍 떠졌다.
승호의 손끝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조용히 쓰다듬고 있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예상치 못한 그녀의 깨어남에 승호는 눈을 크게 뜨며 잠깐 손을 멈췄다. 표정은 흠칫 놀란 듯했지만 그 안에는 놀람보다는 묘한 민망함이 섞여 있었다.
지원은 그의 얼굴을 올려다보며 입꼬리를 천천히 올렸다.
"씨익." 그녀 특유의 짧고 의미심장한 웃음이었다.
그리고 고개를 살짝 돌려 창밖을 힐끗 바라보더니 다시 승호를 향해 물었다.
"지금 몇 시죠?"
목소리는 여전히 낮고 나른했지만 그 안에는 그 어느 때보다 생기가 담겨 있었다.
승호는 여전히 그녀의 머리카락 사이에 손을 얹은 채 천천히 시선을 시계로 돌렸다.
"이제 곧 11시가 되겠네."
그의 목소리는 낮고 담담했지만 그 속에는 그녀를 깨우고 싶지 않아 오래 머물던 시선처럼 묘한 다정함이 배어 있었다.
승호는 시계를 바라보다가 조용히 숨을 내쉬었다. 그 여운을 털어내듯 몸을 조금 일으키며 말했다.
"이제 일어날까?"
침대 위에 가라앉아 있던 체온이 살짝 흩어지려는 순간, 지원의 손이 조용히 그의 팔을 붙잡았다.
움직임은 거칠지 않았지만 그 안에는 분명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지원은 말없이 웃었다. 입꼬리만 살짝 올라간 짧은 미소였다.
그리고 그 미소 그대로 천천히 그의 팔을 끌어당기며 다시 눕혔다.
승호는 별다른 저항 없이 그녀의 손을 따라 다시 조용히 그녀 곁에 몸을 눕혔다.
곧이어 지원은 가만히 승호의 가슴에 손을 올리며 차분히 속삭였다.
"무서웠어요. 그리고 창피했어요. 하지만 교수님을 믿었어요."
그녀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미묘하게 떨렸다.
"처음 그것이 제 뒤에 닿았을 때 따끔한 느낌이 들었어요."
그녀의 눈빛이 흐려지며 기억을 더듬었다.
"그것이 제 뒤로 밀고 들어올 때는 마치 불타는 쇠막대가 들어오는 것 같았어요. 내장도 뜨겁게 밀려나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승호가 집중하며 듣는 사이 지원의 목소리는 점차 떨렸다.
"움직임이 시작되자 딱딱한 숙변이 왕복 운동하는 느낌이었는데 너무 뜨거워서 직장이 타는 줄 알았어요. 제 안이 찢어질 것 같더니 점차 더 욱신거리며 달아올랐어요."
그녀의 얼굴에 홍조가 번졌다.
"절정에 올랐을 때는 정말 직장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어요. 뜨거운 것이 안에서 터지며 내장까지 타고 내려가는 것이 너무나 선명하게 느껴졌어요."
지원이 승호의 팔을 꼭 잡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프면서도 황홀했어요. 지금 생각해도 몸이 후끈 달아오를 정도로..."
승호가 집중해서 듣는 모습을 보자 지원은 미소를 지었다.
"교수님이 제 안에 영원히 스며든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도 몸이 따뜻해질 정도로 강렬해요."
그녀가 승호의 손을 잡았다.
승호가 감동한 표정으로 지원을 바라보자 그녀는 마지막으로 속삭였다.
"교수님. 이제 일어날까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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