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소녀경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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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보니 2편에서 마지막에 "끝"이라고 적었군요. "계속"인데 오타입니다. 분량은 아직 많아요. 금방 안 끝납니다.]
[제13장]
그날 밤.
승호의 서재에서는 새벽까지 책상 등불이 켜져 있었다.
그의 손이 <소녀경> 원고지 위를 떨리며 움직였다.
"앵무합련의 본질은...순결과 욕망의 경계에 있다."
펜 끝이 종이를 뚫을 듯한 압력으로 한자를 새겼다. 그러나 잉크가 번지자 그는 갑자기 손을 멈췄다.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어두워졌다.
주름진 눈가. 흰 머리카락. 그리고 그 아래로...
"지원이..."
그의 입술에서 흘러나온 이름에 서재의 공기가 얼어붙었다.
딸보다 어린 그녀의 몸을 탐한 기억이 뇌리를 할퀴었다.
손가락이 저절로 입술로 올라가 지원의 피부에 남긴 자신의 체온을 더듬었다.
"정말 연구였던가?"
책상을 내리치는 소리가 방을 울렸다. 잉크병이 넘어지며 검은 액체가 원고를 집어삼켰다.
승호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나 곧 그의 손이 다시 펜을 잡았다.
"아니다. 이것은 학문이야."
목소리가 점점 단단해졌다. <소녀경> 해설서를 펴며 그는 집필을 계속했다.
"앵무합련은...고대 성리학의 미학적 체현이다."
글씨체가 차갑게 변해갔다.
승호의 이마에 맺힌 땀방울이 종이 위로 떨어지자 잉크와 함께 번져 검은 꽃잎을 피웠다.
새벽 첫 빛이 서재 창문을 스쳤다.
한편 그 시각.
지원은 침대 위에 누워 천장을 응시했다. 베개 아래로 손을 넣어 만지작거리던 손가락이 갑자기 멈췄다.
한 달 전 헤어진 남자 친구와 침대에서 뒤엉켰던 기억이 불쑥 떠올랐다.
그의 젊은 팔뚝이 자신의 허리를 감싸던 강렬한 힘.
그리고 오늘 느낀 승호의 주름진 손이 등골을 타고 내려오던 거친 감촉.
"흐윽..."
그녀는 갑자기 몸을 웅크렸다.
노인의 흐릿한 살결이 자신의 피부에 닿았던 기억이 소름처럼 일었다. 담요를 꼭 쥔 손이 떨렸다.
승호의 정액이 자궁 깊숙이 파고들던 순간이 떠올랐다.
그 뜨거운 액체가 체내에서 퍼지는 감각이 선명해지자 구역질이 목구멍을 타고 올라왔다.
"끄억..."
지원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화장실로 달려갔다.
무릎을 꿇고 변기에 매달리자 위 내용물이 역류해 나왔다. 눈물과 콧물이 뒤섞이며 얼굴을 적셨다.
지원은 거울 속의 창백한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눈가에 맺힌 눈물과 콧물이 흐른 자국이 선명했지만 그녀는 이를 닦아내지 않았다.
대신 입술을 깨물며 피어오르는 울분을 삼켰다.
"3개월..."
그녀의 목소리가 낮게 떨렸다.
월 150만 원의 연구비와 등록금 전액 지원.
이 조건은 그녀에게 학업을 계속할 유일한 희망이었다.
승호가 건넨 교통비 10만원이 주머니에서 불타는 듯한 무게로 느껴졌다.
그 돈을 쥔 손이 부르르 떨렸지만 그녀는 오히려 더 단단히 움켜쥐었다.
"나는 참을 수 있어."
그녀의 눈동자에 불길이 일었다.
할아버지 같은 남성의 거친 손길. 체내로 스며드는 역겨운 감각. 구역질.
이것들은 그녀를 무너뜨리지 못할 시련이었다.
배우들이 첫 작품을 위해 고통을 견뎌내듯 그녀도 이 치욕을 참아낼 각오가 되어 있었다.
지원은 천천히 허리를 펴고 얼굴을 씻었다. 차가운 물이 피부를 스치며 정신을 번쩍 들게 했다.
거울 속의 여자는 이제 울지 않았다. 대신 눈빛이 차갑게 단단해져 있었다.
"3개월 뒤면 나는 자유로울 수 있어."
[제14장]
김이 가득한 욕실.
샤워기의 물줄기가 어깨를 타고 내려오고 그 아래 흘러내린 물은 발등에서 얕게 고였다.
지원은 벽에 한 손을 짚은 채 가만히 서 있었다.
물이 목덜미를 타고 내려갈 때 등 근육이 미세하게 움찔했다.
그녀의 발가락이 바닥 타일 위에서 천천히 웅크렸다가 다시 펴졌다.
손이 복부 아래쪽을 스치듯 지나갔다. 아주 짧게. 그러나 두 번.
마치 확인도 아니고 위로도 아닌 무의식의 단편 같은 움직임이었다.
다리를 한 번 바꿔 디뎠고 균형을 잡는 과정에서 아랫배가 살짝 당겨졌다.
숨이 얕게 들이켜졌고 이후 짧은 정적.
손끝이 물기를 따라 내려가다 다시 배 근처에서 잠시 멈췄다. 얇은 물막이 그곳에 맺혀 있었다.
손가락은 그 물을 밀어내지 않고 가만히 대어졌다.
지원은 샤워기를 끄고 천천히 고개를 떨궜다. 머리카락에서 떨어지는 물이 쇄골을 타고 흘렀다.
그 물줄기를 눈으로 따라보는 시선은 잠시 허공에 머물렀다가 흐려졌다.
수건을 집어 들 때 손등이 약간 떨렸다.
그녀는 수건을 세게 움켜쥐었고 그 힘은 팔과 어깨까지 불필요하게 전달됐다.
거울 앞에 섰을 때 숨이 천천히 올라왔다가 다시 멎었다.
김에 가려진 자신의 형체를 바라보다가 그녀는 왼손으로 수건을 몸에 바짝 당겼다.
손이 다시 배 쪽으로. 아무 말도 없이 아무 의식도 없이. 마치 그곳에 뭔가를 덮듯 보호하듯.
발끝이 바닥을 스쳤다. 그리고 몸이 조금 뒤로 물러섰다.
물기는 아직도 등과 허리에서 미끄러지고 있었다.
거울 속 흐릿한 형상이 수건의 거친 질감 아래 조금씩 선명해졌다.
김 서린 공기가 문틈으로 새어 나가며 차갑게 식어가는 발바닥이 타일을 떠났다.
목욕 가운 소매가 팔을 스칠 때 피부에 남은 물방울이 천에 스며들었다.
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폐 속까지 차오른 습기가 가슴을 떠나갈 때 어깨의 긴장도 함께 내려앉는 것 같았다.
문고리를 잡은 손가락이 잠시 힘을 주었다가 풀렸다.
경첩 소리가 묵직하게 울리며 빛이 드는 쪽으로 공간이 열렸다.
[제15장]
침실 문을 열자 승호가 목욕 가운을 헐렁하게 걸친 채 화장대 앞에 서 있었다.
그의 어깨라인이 거울에 비쳐 흐릿하게 흔들렸다. 1주일 전과 달랐다.
처음 이 방에 들어섰을 때는 그가 내뿜는 샴푸 향조차 위압적으로 느껴졌지만 지금은 그가 목욕 후 건조할 때 쓰는 로션의 향까지 구분할 수 있었다.
지원의 젖은 발가락이 카펫 위에서 움츠러들었다.
승호가 고개를 돌리며 목욕 가운 소매를 만지작거렸다.
그의 팔뚝에서 드러난 흰 털이 젖어 덩어리진 모습이 그녀의 시야를 스쳤다. 1주일 전에는 눈을 피했을 부분이었다.
목욕 가운 사이로 스민 수증기가 서서히 식어갔다.
승호가 입술을 다문 채 다가오자 그녀의 손가락이 자동으로 가운 끈을 조였다.
그의 호흡 소리가 평소보다 얕고 빠르다는 것을 이제는 알아챌 수 있었다.
승호의 목덜미에 맺힌 물방울이 쇄골을 타고 흘러내리는 것을 보며 그녀는 자신의 가슴이 올라왔다 내려가는 것을 느꼈다.
그가 손을 뻗었을 때 그녀는 온몸의 근육이 수축하는 것을 감지했지만 1주일 전처럼 숨이 막히지는 않았다.
승호의 손바닥이 그녀의 허리를 감쌌다.
목욕 가운 속으로 스며드는 그의 체온이 이제는 낯설지 않았다.
승호의 숨이 그녀의 이마에 닿을 때 그녀는 눈을 감으며 자신의 몸이 점점 무거워지는 것을 받아들였다.
승호의 손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며 침대 쪽으로 이끌었다.
"오늘은 유수탐앵(柳樹探鶯) 편을 해보겠다."
그의 목소리가 건조하게 공기를 가르자 그녀의 눈꺼풀이 떨렸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턱이 가슴에 닿을 때 젖은 머리카락이 목욕 가운 앞섶을 적셨다.
승호의 손가락이 가운 끈을 풀어내는 동안 그녀는 창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목욕 가운이 어깨에서 미끄러지자 찬 공기가 젖은 피부를 스쳤다.
그리고 승호의 눈앞에 지원의 미려한 여체가 1주일만에 드러났다.
얼굴은 여전히 달빛을 머금은 백옥처럼 투명했으나 미세한 홍조가 어른거렸다.
눈꼬리에 서린 애수 아래로 깊어지는 다크서클이 희미하게 드러났다. 속눈썹이 떨릴 때마다 눈가가 붉어지는 듯한 피로의 기미가 보였다.
입술의 산딸기 색이 이전보다 약간 탁해졌다.
목의 백조 같은 곡선 아래로 갑상선이 미묘하게 붓는 듯한 긴장이 감지되었다.
쇄골의 그물뼈 위로 피하 정맥이 1주일 전보다 파란 빛을 드러냈다. 어깨선의 유연함 사이로 근육이 경직되는 듯한 딱딱함이 묻어났다.
가슴의 산꽃 같은 윤곽이 붓기 시작했고 유두의 색이 한층 짙어지며 주변 피부가 따가워하는 듯 했다.
허리의 갈대 같은 가늘음 아래 복부가 묵직해지는 느낌이 스쳤다.
배꼽 주위로 미세한 온열감이 맴돌았고 골반뼈 사이로 깊은 피로가 스며들었다.
다리의 자작나무 같은 곧은 선을 따라 정맥이 약간 부각되었고 무릎 뒤의 대리석 같은 피부 아래로 근육이 저릿저릿 쿠셔닝 작용을 하는 듯했다.
전신의 순백색 피부 아래 모세 혈관이 평소보다 도드라졌다.
젖은 머리카락에서 떨어진 물방울이 쇄골을 타고 흐를 때마다 소름이 일었다. 물방울이 가슴 골을 지날 때 유두가 찌르는 듯한 예민함에 몸이 움찔했다.
"이제 시작하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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