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소녀경 136

컨텐츠 정보

본문

[제136장]




아침이었다. 창밖에서 참새 소리가 들렸고 햇살은 한 손 가득 펼친 너비로 침대 끝에 내려앉아 있었다.




승호는 천장을 바라보며 눈을 떴다. 의식은 또렷했다. 기분은 묘하게 맑았다.




그는 몸을 일으켰다. 머리가 무겁지 않았다. 가슴이 쿵쿵 울리지도 않았다. 팔이 저리지 않았고 호흡은 일정했다.




그는 천천히 숨을 들이쉬었다. 맑았다. 숨이 길게 들어오고 조용히 나갔다.




잠시 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짚었다. 심장이 고르게 뛰고 있었다. 분명히 가볍게 살아 있었다.




그는 베갯머리에 팔을 괴고 누운 채 어제의 일을 떠올렸다.




늦은 밤. 한의원. 조용한 방 안. 규태의 낮은 목소리




"그 기운은 젊은 여성에게서 온 것이네. 강한 생명력이 있었어. 지금 자네가 살아 있는 이유지."




그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젊은 여성. 지원.




그는 고개를 돌렸다. 천천히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지원의 마지막 눈빛이 떠올랐다.




고요했지만 무언가를 삼킨 얼굴. 그 밤의 체온. 손끝에 느껴졌던 떨림.




그는 중얼거렸다.




"정말 기적일지도 모르지."




아무도 해명하지 못한 살아 있음. 정확한 의학도 설명 못 한 감각.




그는 그날 밤 무언가를 받았고 지금 이 아침 그것이 자신을 붙잡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느끼고 있었다.




승호는 다시 침대에 앉아 있었다. 팔꿈치를 무릎 위에 걸치고 손으로 이마를 짚고 있었다.




머릿속이 시끄러웠다.




아까까지는 몸이 가벼웠다. 기분이 이상하게 명랑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강한 생명력이었다"는 규태의 그 말이 불쑥 기억을 치고 올라왔다.




그는 순간 등을 굽혔다.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그것은 그냥 표현일 뿐이었다. 그럴 리 없었다.




지원의 몸을 떠올렸다.




마지막 밤 그녀가 조용히 다가와 몸을 열었던 순간, 그녀는 분명히 그 어떤 망설임도 없이 그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그것은 그녀의 방식이었다. 그녀는 늘 학문을 위해, 책임을 위해 스스로를 통제하던 사람이었다.




"그럴 리 없어..." 그는 낮게 중얼거렸다. "그럴 수 없어..."




그리고 문득 떠올랐다.




유방의 변화. 복부의 미묘한 팽창. 특히 그녀가 잠깐 숨을 참으며 아랫배를 쓰다듬던 장면.




그때 그는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여행 중 그녀는 식사를 거의 하지 않았다. 얼굴은 창백했고 침대에서 천천히 일어나려 애썼다.




그리고 마지막 밤.




그녀는 가만히 눈을 감고 입을 열지 않고 그저 안으로 그를 받아들였다.




그 순간, 그녀의 자궁 깊은 곳에서 작고 규칙적인 수축이 느껴졌던 것도 지금 생각하면 기이하리만큼 또렷했다.




승호는 벌떡 일어났다. 숨을 몰아쉬었다.




"아닐 것이야." 그는 두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말도 안 돼." 목소리는 떨렸다.




"설마...그럴 리가...있을 수 없어..."




그는 주먹을 꽉 쥐었다.




절대 있어선 안 되는 일이었다.




그녀가 감당할 수 없는 일. 자신이 감당해서도 안 되는 일.




그는 벽을 등지고 천천히 주저앉았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이제는 그 심장의 고동이 오히려 공포처럼 들렸다.




그러나 머릿속 어딘가에서는 점점 더 분명한 형상이 떠오르고 있었다.




그의 몸을 살려준 그 기운이 지금 그녀 안에서 살고 있다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고 있었다. 계속.





관련자료

댓글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