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소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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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업 소설가가 아니라 많이 어색할 수 있겠지만 화끈한 장면 많이 묘사해 보겠습니다. 완결 자신감은 없지만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제1장




밤이 깊어도 연구실의 불은 켜져 있었다.




윤지원(25)은 책상 위에 놓인 백승호(65) 교수의 명함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종이 위에 인쇄된 숫자들이 흐릿해졌다. 손가락으로 명함의 테두리를 따라가다 멈추었다.




"전화를 걸어야 하나..."




그녀는 창밖을 내다보았다. 캠퍼스는 어둠에 잠겨 있었고 눈발만이 가로등 빛 아래에서 춤추고 있었다.




등록금 고지서가 책상 서랍 깊숙이 들어있던 게 생각났다.




"1주일 남았다."




지원은 휴대 전화를 들어 번호를 눌렀다. 한 자. 두 자...마지막 숫자에서 멈추었다. 손이 떨렸다.




"내가 이걸 왜..."




고아원 시절 그녀는 항상 혼자였다. 생일에도 아플 때도 아무도 그녀를 찾지 않았다.




대학원에 와서도 마찬가지였다. 논문이 반려당했을 때 아무도 그녀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그녀의 연구를 진지하게 평가해준 유일한 사람이 그 교수였다.




"아니 설마..."




그녀는 문득 승호 교수의 눈빛을 떠올렸다. 그건 단순히 학문적인 관심이 아니었다.




그 안에 무언가 더 깊은 것이 있었다.




외로움? 그리움? 아니면...




휴대 전화가 미끄러질 뻔했다. 심호흡을 하고 다시 번호를 확인했다. 이번에는 끝까지 눌렀다.




"뚜루루...뚜루루..."




전화가 연결되는 소리가 마치 심장 박동처럼 들렸다.




"여보세요."




목소리가 들리자 지원의 목이 메였다.




"교수님. 지원입니다. 그 제안..."




그녀는 창문에 비친 자신의 흐릿한 모습을 바라보았다. 눈가에 맺힌 물기가 번져 있었다.




"제가 하겠습니다."




침묵이 흘렀다.




"알겠습니다."




승호의 목소리가 평소와는 달리 부드러워져 있었다.




"내일 연구실로 오세요."




전화가 끊기자 지원은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손바닥이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그 순간 그녀는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였다.




두려움인가? 기대인가? 아니면...




"이제 나는 혼자가 아니다."




창밖에서 눈이 내리고 있었다.




하얀 눈송이가 어둠 속에서 빛나듯 그녀의 마음 한구석에서도 작은 빛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제2장




전화기가 놓인 소리와 함께 연구실이 다시 침묵에 잠겼다.




승호는 책상 위에 흩어져 있던 노트를 한 장 한 장 모으기 시작했다.




손가락이 닿은 종이에서 먼지 냄새가 일었다. 10년째 혼자 쓰는 연구실이었다.




"지원..."




그는 입술 사이로 그 이름을 흘렸다. 벽에 걸린 달력 옆으로 낡은 액자가 걸려 있었다.




흑백 사진 속 여인이 미소 짓고 있었다. 아내였다.




"네가 살아있었다면 이 연구를 어떻게 생각했을까?"




목소리는 텅 빈 방 안에서 흩어졌다. 아내가 떠난 뒤 그는 <소녀경> 연구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자식들은 해외로 떠났고 연락은 생일 카드 한 장으로 줄어들었다.




연구실 창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점점 아내가 기억하던 그 모습과 달라져만 갔다.




승호는 서랍에서 두꺼운 파일을 꺼냈다.




"현대어 번역 및 실증 연구 계획서"라고 적힌 표지가 벗겨져 있었다.




그는 펜을 들어 마지막 페이지를 수정하기 시작했다.




글씨를 쓰다 멈춘 손이 떨렸다.




지난 10년간 이 프로젝트에 수십 명의 연구원이 붙었다 떨어졌다.




모두 그가 원하는 수준의 이해를 해주지 못했다.




하지만 오늘 그 젊은 여학생의 눈에서 특별한 빛을 보았다.




"아내도 이런 눈을 했지..."




그는 책상 서랍 깊숙이 손을 넣어 작은 상자를 꺼냈다. 아내가 쓰던 안경이 놓여 있었다.




먼지를 털어 창가에 걸어두니 달빛이 렌즈를 통해 연구실 바닥에 작은 빛동자를 만들었다.




컴퓨터를 켜며 그는 연구 계획을 다시 정리하기 시작했다.




문헌 분석(2개월)•체위 재현 실험(3개월)•현대적 해석 정리(1개월)




"체위 재현..."




키보드 위에서 그의 손이 멈췄다. 65세의 몸으로 과연 이 실험이 가능할까.




지난주 검진에서 들은 의사의 경고가 귓가를 맴돌았다.




"과로는 금물입니다."




하지만 그는 알고 있었다. 이 연구가 완성되기 전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지원."




그는 창밖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새벽 3시. 연구실의 불은 여전히 켜져 있었다.




승호는 아내의 안경을 쓴 채로 책상에 엎드려 잠이 들었다.




컴퓨터 화면에는 완성되지 않은 연구 계획서가 아직도 깜빡이고 있었다.




제3장




연구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공명하자 승호는 책상 위에 어지럽게 놓인 논문들을 급히 정리했다.




"들어오세요."




지원이 문틈으로 들어오는 찬바람을 몸에 실고 들어섰다. 그녀의 코끝이 추위로 붉어져 있었다.




"앉게."




승호는 너무 빨리 말한 자신의 목소리에 살짝 눈썹을 찌푸렸다.




지원은 의자 끝에 살짝 걸치듯 앉으며 계약서를 바라보았다.




"천천히 읽어 보게."




지원의 손가락이 무릎 위 스웨터를 움켜쥐었다.




승호는 그녀의 깨끗하게 다듬은 손톱을 보며 말을 이었다.




"6개월간의 연구 기간. 월 150만 원의 연구비와 등록금 전액 지원."




창밖에서 눈이 내리고 있었다. 지원은 계약서 위에 적힌 "체위 재현"이라는 단어를 바라보았다.




승호는 그녀의 시선을 따라가며 안경을 벗었다.




"이것은 꼭 필요한 과정인가요?" 지원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침묵이 내려앉았다. 난로에서 탄 장작이 무너지는 소리만이 울렸다.




"쉬운 일은 아니겠지." 승호도 어렵게 입을 열었다.




지원은 고아원 시절을 떠올렸다. 도서관 구석에서 발견한 금지된 고서적.




그 속의 그림들이 지금도 눈앞에 선했다.




"알겠습니다."




그녀의 손이 펜을 잡았다. 승호의 눈동자가 확장되는 것이 보였다.




펜 끝이 종이에 닿기 직전 승호가 갑자기 말했다.




"정말 할 것인가?"




지원은 고개를 들어 승호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가 주름이 평소보다 깊어 보였다.




"하겠습니다."




종이 위에 이름이 새겨졌다. 승호는 서명이 끝나자 휴대 전화를 꺼냈다.




"생리가 끝나면 연락하게. 주소는 문자로 보내주겠다."




지원의 귓가가 달아올랐다. 승호 역시 말을 내뱉고 나서야 실수를 깨달은 듯 입술을 다물었다.




제4장




문을 닫는 소리가 연구실에 남겨진 승호의 귓가를 때렸다.




그는 창가로 걸어가 창문 너머로 내려다보았다. 지원이 건물 앞 계단을 내려가는 모습이 보였다.




지원의 얼굴은 돌처럼 굳어 있었다. 눈발이 그녀의 어깨에 쌓이더니 흰 가루처럼 떨어졌다.




그녀는 계단 끝에서 잠시 멈춰 서서 두 손을 불끈 쥐었다.




손톱이 손바닥에 파고들어가는 것도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




"체위 재현"




계약서에 적힌 그 단어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곧 그녀와 승호는 알몸이 될 것이다. 그 생각에 가슴이 답답해졌다. 공기가 갑자기 걸쭉해진 것 같았다.




그녀는 목도리를 풀어헤쳤다. 차가운 공기가 목덜미를 스쳤지만 오히려 숨이 트이는 느낌이었다.




"생리가 끝나면 연락하라."




승호의 그 말이 귓가를 맴돌았다.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그 순간 그녀는 자신이 단지 연구 대상일 뿐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수치심과 모멸감이 교차하며 가슴 한구석을 파고들었다.




그녀는 갑자기 고아원 시절을 떠올렸다. 추운 겨울밤 화장실에서 몰래 책을 읽던 기억.




금지된 책이었지만 그 속에서만큼은 자유로울 수 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이 연구가 그녀에게 남은 마지막 자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발걸음을 재촉하며 캠퍼스를 빠져나왔다. 눈이 그녀의 발자국을 하나둘 덮어버렸다.




그녀의 등 뒤로 연구실 창문가에 승호의 흐릿한 실루엣이 서 있었다.




그는 창문에 손을 대고 있었다. 손바닥이 닿은 자리에 서리가 녹아 작은 물방울이 되어 흘러내렸다.




제5장




새해 첫날이었다. 도시는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듯 고요했다.




창밖으로는 새해를 축하하는 전광판이 반짝였지만 지원의 방에는 그 빛이 닿지 않았다. 




그녀는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휴대 전화를 꼭 쥔 채 멍하니 있었다.




화면에는 승호의 연락처가 떠 있었다. 손가락이 번호 위에서 떨리며 맴돌았다.




계약을 취소하면 등록금은 물론 이미 쓴 연구비까지 돌려내야 했다. 그 돈을 마련할 방법은 없었다.




"영화 배우도 필요하면 벗을 수 있다."




그녀는 속삭이듯 말했다. 목소리가 공기를 타고 흔들렸다.




"영화 배우도..."




또 한 번 중얼거렸다. 이번엔 더 단단한 목소리였다. 거울 속 자신의 눈가가 붉어져 있는 것이 보였다.




"영화 배우도 벗을 수 있다."




이번에는 소리 내어 말했다. 방 안에 울려 퍼진 목소리에 마음이 조금 가라앉는 것 같았다.




그녀는 휴대 전화를 단단히 쥐었다. 손가락이 승호의 번호를 누르기 시작했다.




하나. 둘. 버튼이 눌리는 소리가 방 안에 선명하게 울려 퍼졌다.




마지막 숫자를 누르기 직전 그녀의 손이 잠시 멈췄다.




창밖에서 새해를 축하하는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 순간 그녀의 손가락이 마지막 숫자를 눌렀다. 전화가 걸리는 신호음이 방 안을 채웠다.




제6장




거실 소파에 앉은 지원의 손가락이 무릎 위에서 떨리고 있었다.




승호가 목욕 가운을 여미며 부엌으로 걸어갔다.




"점심은 먹었는가?"




그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한결 부드러웠다. 지원은 고개를 저었다. 승호는 냉장고에서 유리병을 꺼냈다.




"과일 주스라도 마시게."




병을 내밀는 그의 손등에 주름이 깊게 패어 있었다. 지원은 병을 받아 들었지만 뚜껑을 열지 못했다.




승호가 소파 반대편에 앉으며 책을 펼쳤다.




"오늘은 앵무합련(鸚鵡合蓮) 편을 실증하겠다."




책장을 넘기는 소리가 방 안에 선명하게 울렸다.




"여성이 무릎을 꿇고 남성이 뒤에서 어깨를 잡는 자세다. 앵무새가 연꽃을 쪼는 형상을 본뜬 것이지."




지원의 입술이 바짝 마르고 있었다. 승호는 설명을 계속했다.




"첫 단계이니 15분만 진행할 생각이다. 준비가 되면 욕실에서 씻고 오게."




그는 일어나 침실 문을 열었다. 문틈으로 보인 침대 위에는 깨끗한 수건이 놓여 있었다.




"욕실은 저쪽이야."




승호가 사라진 뒤 지원은 천천히 일어났다. 다리가 무거워 마치 납으로 만든 것 같았다.




욕실 문 앞에서 그녀는 잠시 멈춰 서서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이 창백하게 비쳤다. 손이 떨리며 도어노브를 잡았다.




욕실 안에서는 미리 준비된 흰색 타월이 접힌 채 기다리고 있었다.




승호의 침실에서는 책장을 닫는 소리가 났다.




제7장




욕실에서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하자 승호는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두 손을 꼭 쥐었다.




그의 손등에 핏줄이 도드라졌다. 아까 복용한 발기약이 서서히 효과를 나타내고 있음을 느꼈다.




"단지 학문적 실증일 뿐이다."




그는 마른 입술을 깨물며 중얼거렸다. 벽에 걸린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이 낯설게 보였다.




"다른 목적은 없다."




물소리가 멈추었다. 욕실문이 열리는 소리에 그의 심장이 요동쳤다. 승호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침실문이 조용히 열렸다. 지원이 목욕 가운을 걸치고 서 있었다.




그녀의 젖은 머리카락에서 물방울이 떨어져 카펫을 적시고 있었다.




승호는 그 물방울을 바라보며 말을 잇지 못했다.




지원의 손이 가운 끈을 꼭 쥐고 있었다. 손가락 관절이 하얗게 일어나 있었다.




그녀의 눈은 바닥만을 향해 있었지만 어깨는 떨리고 있었다.




승호가 일어서자 바닥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그 소리에 지원의 몸이 미세하게 움찔했다.




"앵무합련 자세를 다시 설명하겠다."




승호의 목소리가 갑자기 낮아졌다. 그는 책상 위에 놓인 <소녀경>을 집어 들었다.




손이 떨려 책장을 넘기기 힘들었다.




방 안의 공기가 걸쭉해졌다. 두 사람의 호흡소리만이 침묵을 깨고 있었다.




창밖에서는 새해 첫눈이 조용히 내리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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